<엄마 우기자가 만난 사람들, 1> 죽도록 맞아도 사랑받고 싶었다

이제 곧 엄마가 될, 아동학대 피해자 성미씨의 이야기

우채윤 기자 승인 2020.06.23 16:18 | 최종 수정 2020.06.25 06:47 의견 0

 

“아직도 기억이 나요. 아버지의 폭력에 못 이겨 엄마가 나를 두고 도망갈까봐, 엄마 손, 엄마 치맛자락을 항상 잡고 잤었어요.”

어머니가 떠난 후 집에 남겨진 김성미(26, 가명)씨는 6살부터 아버지에 의해 학대당했고, 고등학교에 입학해 가출한 뒤 친부와 인연을 끊었다. 6월 이른 아침 인터뷰를 위해 만난 성미씨는 출산을 앞두고 있어, 많이 걸어야 한다고 했다. 성미씨 옆에 나란히 서서, 그녀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함께 보며 걷기 시작했다.

“무작정 가출한 뒤 경찰의 도움으로 청소년쉼터에 입소했어요. 고등학교까지 졸업하고, 미용사로 취직도 했어요. 물론 좋은 부모 밑에서 사는 또래 친구들보다 힘들게 살긴 했지만, 저는 살아있고 행복합니다.

여덟 살 때 그 사람(아버지)이 나를 집어던져 바닥으로 떨어졌는데, 무서워서 침대 밑으로 들어갔다 잠이 들었고, 일어나보니 손가락은 꺾여있고 오른팔이 움직이지 않았어요. 팔이 너무 아팠지만 아버지의 새 여자친구는 내가 식탁에 같이 앉는 것조차 싫어했기 때문에 아픈 팔을 다른 손으로 겨우 붙잡고 집을 나와 학교에 걸어가는데 쓰러졌어요. 깨어나보니 동네 문구점 아주머니가 저를 붙잡고 울고 계셨는데, 그 아주머니가 저를 여러 번 살리셨어요.”

학대받은 아이들은 대부분 심한 학대가 있어도 주변에 직접적으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한다. 성미씨도 기억이 나는 어린 유아시절부터 폭력과 학대를 당했는데, 경찰이나 이웃들에게 ‘살려달라, 도와달라’고 말하지 못했다.

“부모였으니까요. 거기는 내 집이었어요. 나한테 밥을 주고 잠을 재워주는 곳. 집이요. 어릴 때는 집에서 나온다는 게, 부모에게 버려진다는 게 내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아동학대를 하는 많은 부모들은 아이들이 배고파서 울었다고, 떼 썼다고, 집에서 뛰었다고, 거짓말했다고 ‘너가 혼날만 해서, 너가 맞을만 해서 맞는 것’이라 말하며 때린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는 당연한 욕구이며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의 한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죽도록 맞을 이유가 되는 것이다.

“항상 아버지 눈치를 보고, 내가 더 잘하면 안 맞을 수 있을 것 같았고, 사랑받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하지만 폭력은 점점 더 심해졌고, 초등학교 4학년 때 코뼈가 부러져 학교에 가니 선생님이 눈치채시고 아버지와 면담을 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때뿐이었고, 더 맞았던 것 같아요.

저를 살린 건 법도, 경찰도, 학교도 아니었어요. 동네 문구점 아주머니, 그분이 저를 살렸어요. 항상 저만 보면 말씀하셨어요. 그 집을 나와야 제가 산다고. 그리고 제가 가출했을 때 저를 돌봐주시고 가르쳐주신 여자청소년 쉼터 선생님들이요. 공부도 할 수 있게 해주셨고 우선 취업을 해야 하니 쉼터에 있을 때 적성에 맞는 자격증을 따야 한다며 제 진로를 위해 같이 고민해주셨어요. 그리고 정확히 말씀해 주셨어요.”

“부모가 너를 학대한 것은 네 잘못이 아니다. 네 부모의 잘못이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고 얽혀 살 필요는 없다”

“성미씨는 고등학교 때 가출을 하며 아버지와 분리가 된 건데, 혹시 좀 더 어렸을 때 분리가 되었다면 더 나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 있어요?”

“제가 친구들과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아홉 살 즈음이었어요. 친구집에 놀러갔는데 친구 어머니가 따뜻한 밥을 해주시고, 아버지에게 맞은 적도 없다는 친구의 얘기에 놀라웠어요. 제가 스스로 불쌍하다고 느껴졌는데, 그 이후로는 항상 이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생각과 어떻게 하면 아버지에게 맞지 않고 집에서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동시에 들더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당연히 그런 집에서 살아서도 안 되고 죽지 않은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아홉 살인 당시의 저는 어떻게든 안 맞고 집에서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전문가들은 학대 피해 아동과 가해자인 부모와의 분리는 아이의 심리상태를 충분히 고려해 결정되어야 할 문제이지만, 아이 스스로가 분리를 원하거나 요구하기 쉽지 않은 문제라 공공연히 아이들이 차라리 죽기 직전까지 맞고 발견되는 게 부모와의 분리가 쉽다고 말한다. 애매하게 조금 다치면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학대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아동학대를 사유로 보호자와 아이가 분리보호조치가 시행되더라도 아이들이 갈 수 있는 쉼터가 턱없이 부족한 것도 문제이다. 아동학대 피해 아동은 연 2만4604건(2018년 기준)으로 그중 분리 조치된 아동의 수는 4440명(2018년 기준)이다. 현재 전국의 학대 피해 아동 보호쉼터는 서울·부산·대전 각 4곳, 경기 13곳 총 72곳인데, 아동학대 피해 아동 보호쉼터 한 곳당 학대 피해 아동은 7명까지 머물 수 있어 분리보호조치된 아동학대 피해 아동들이 머물기에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안전하게  학대 피해 아동이 분리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안이 만들어져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 김남욱과장(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은 하나의 방법을 제안했다.

“아동과 부모를 분리하는 게 쉽지가 않아요.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초등학생까지는 학대 신고가 들어오면 일단 아동보호센터에 정기적으로 출석하게 해서 부모와 분리된 상태에서 아이의 말을 들어야 해요. 부모가 있으면 아이들은 솔직하게 말하지 못합니다. 평가자와 라포(신뢰)가 형성돼 속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 때까지 강제적으로 시행하면 어떨까 싶어요. 경험상 아동학대는 반복적으로 이뤄집니다.

아이들이라면 당연한 욕구들, 배고프다, 시끄럽다는 이유로 학대를 당해요. 그런데 이런 학대를 계속 당하면 ‘내가 잘했으면 안 때렸을텐데’, ‘내가 나빠서 맞은거야’라 믿게 되고 착한 아이가 돼서 부모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하게 되죠. 그 사랑을 되찾으려면 부모가 있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죽을 때까지 맞아도 부모를 못 떠나요. 아이들도 부모의 사랑을 받으려고 여러 방법들을 다 써봤을 거에요. 그런데도 학대가 계속 반복되면 나는 맞을 수밖에 없는 아이구나 하고 포기하게 됩니다.”

만약 성미씨가 여덟 살 학대 당하던 그때, 학대 사실이 인지가 되었다면, 다시는 맞지 않을 수 있었을까. 아동보호기관과 학교, 경찰의 시야에서 벗어나 내밀한 집 안에서 다시 폭력이 일어나면 누가 막을 수 있을까.

하지만, 사람에게는 다행히 나보다 약한 사람들, 아이들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적인 사랑이 존재한다. 제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때까지, 두려운 집을 벗어날 수 있을 때까지 우리는 아이들에게 성미씨의 ‘문구점 아주머니’가 되어줄 수 있다.

“성미씨, 이제 곧 엄마가 될텐데, 어떤 엄마가 되고 싶어요?”

“아이가 놀이터에서 정신없이 친구들이랑 깔깔대며 뛰어놀다 뒤돌아보면 그 자리에 서서 따뜻하게 웃어주는 엄마요. 그리고 식탁에서 같이 맛있게 밥 먹는 엄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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